[미자립 교회를 도웁시다] “아이들에게 진짜 쉴만한 교회를…” / 쉴만한교회 정수덕 전도사의 간절한 소망
미자립 교회를 도웁시다
“아이들에게 진짜 쉴만한 교회를…”
쉴만한교회 정수덕 전도사의 간절한 소망
경기도 구리시 어느 아파트 주차장 한편에 교회가 있다. 66m2(20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다. 이 교회의 이름은 쉴만한교회다. 정수덕 전도사가 섬기고 있다.
정수덕 전도사는 2년 전 갑자기 남편을 잃었다. 설상가상 코로나19까지 터졌다. 그 엄청난 고통을 오직 십자가에 의지하며 견디고 또 견디고 있다. 쉴만한교회는 온누리교회 갈렙청년부가 ‘Acts29 무브먼트사역’으로 섬기는 교회이다. 갈렙청년부 소속 청년들이 철마다 쉴만한교회로 아웃리치를 가서 성경학교와 체험 학습, 선물 나눔 등으로 차세대를 위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쉴만한교회에 도와야 할 일들이 정말 많은데 정수덕 전도사가 간곡하게 차세대를 먼저 섬겨달라고 부탁했다. 정수덕 전도사의 하나뿐인 소망이 아이들에게 진짜 쉴만한 교회를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 홍하영 기자 hha0@onnuri.org
지난 어린이날에 갈렙청년부 청년들과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쉴만한교회 차세대 학생들.
‘경기도 구리시 아차산로 487번길 27, 아차산 어울림 아파트’
이곳에 쉴만한교회가 있다. 취재를 위해 주소를 전달받고 무엇인가 어색함을 느꼈다. ‘왜 주소가 아파트에서 끝나지?’라고 생각했다. 가정교회라면 아파트 동호수가 있을 테고, 아파트 상가에 있는 교회라면 상가 이름이라도 있을 텐데 뒤에 이어지는 주소가 없었다. 정수덕 전도사가 교회를 찾기가 어려울 거라면서 아파트에 도착하면 연락 달라고 했는데 왜 그 말을 했는지 도착하고 이해했다. 아파트 주차장 한편에 남은 공간에 마련된 입주민 커뮤니티센터 안에 쉴만한교회가 있었다. 주소를 표기하는 것조차 애매한 곳에 진짜 교회가 있었다. 이 자리는 쉴만한교회가 어렵게 마련한 세 번째 거처다. 남들 눈에는 불편하고, 너무 작은 공간이겠지만 정수덕 전도사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보금자리다.
남편의 죽음과 코로나19
2019년 2월이었다. 정수덕 전도사의 남편이자 쉴만한교회에서 담임목회를 하던 김충영 목사가 세상을 떠났다. 폐암 투병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남편이자 동역자를 잃었다.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남편의 폐암 발생 원인을 알고 또 한 번 가슴을 후벼팠다.
“지금 자리로 이전하기 전에 상가 지하에 교회가 있었습니다. 환경이 정말 열악했습니다. 밤에는 쥐가 오가고, 여기저기 곰팡이가 피어있는 곳이었습니다. 깊은 지하라서 그런지 가스 냄새가 아주 심했고요. 그 가스가 유독가스더라고요. 저는 그때 막내를 키워야 했기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주일과 수요일, 금요일에만 잠깐 사역을 하러 왔습니다. 남편은 매일 그곳에서 먹고, 자고, 예배드리고, 생활했는데 건강에 무리가 오더라고요.”
열악한 환경인 줄 알면서도 지하에 있는 공간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교회 재정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다. 쉴만한교회를 개척할 때만 해도 330m2(100평) 정도로 넓고 깨끗한 상가에 교회를 얻었다. 성도도 꽤 많고, 해외선교와 농어촌돕기 등 구제사역에도 힘을 쏟았다. 그런데 IMF 이후 교회가 어려워졌다. 월세를 내지 못하고, 부채만 쌓여갔다. 김충영 목사와 정수덕 전도사는 평일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라도 교회만은 꼭 지키고 싶었다. 그런데 버틸 재간이 없었다.
“남편은 태권도 학원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사역을 병행하셨습니다. 힘들 법도 한데 예배를 소홀히 드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셨습니다. 저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남편이 모아둔 개인 돈까지 탈탈 털어가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는데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지하 교회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번 어려워진 재정 상황은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교회를 지하로 옮기면서 성도들도 많이 떠났다. 지하 교회 월세마저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남편 김충영 목사가 개인회생, 개인파산 절차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폐암까지 발견됐다. 그런데도 남편은 하나님을 원망하기는커녕 회개의 눈물만 흘렸다.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습니다. 남편이 법률사무소에 상담을 받으러 다니면서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거기에 폐암까지 걸렸으니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요. 그런데 하나님께 죄송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월세도 못내?’라는 말을 들을까 봐 늘 노심초사하셨고요. 교회의 어려운 사정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것은 아닌지 그 걱정만 하셨습니다. 예배드리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봐 그것이 가장 죄스럽고 속상하다고 하셨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던가. 교회 사정을 알게 된 한 권사의 소개로 지금의 자리로 이사하게 됐다. 햇빛이 드는 지상으로 올라온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런데 야속하게 또 고난이 이어졌다. 남편의 죽음과 코로나19라는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교회를 이전하고 얼마 안 돼서 남편이 돌아가셨습니다. 남편이 소천하면서 성도들이 또 많이 빠져나갔습니다. 저희 아들 셋까지 포함해서 성도 17명 남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코로나19가 터졌습니다. 지금은 저희 가정과 다른 한 가정, 집사님 한 분까지 성도 여덟 명이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교회만은 포기할 수 없다
정수덕 전도사의 호칭이 사모에서 전도사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남편 김충영 목사가 소천하고 교회 사정이 더욱 안 좋아졌지만 교회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정수덕 전도사는 쉴만한교회를 계속 지키기로 결심했다.
“남편이 돌아가시고 앞으로 교회를 어떻게 해야 할지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교회 사역을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후임 목사님을 모셔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교회 문을 닫아야 할지 두 달 동안 매일 저녁 기도하고 회의했습니다. 많은 기도와 고민 끝에 제가 교회 사역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 신학교를 졸업하고 주일학교 사역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전도사 자격이 있었습니다. 노회 절차에 맞춰서 쉴만한교회 전도사로 부임했습니다.”
새롭게 목회 방향을 설정하면서 새로운 비전도 생겼다. 정수덕 전도사의 오랜 꿈이었던 ‘차세대를 위한 교회’를 만드는 것이다. 정수덕 전도사는 지금까지 차세대사역을 쉬어본 적이 없다.
“차세대를 위한 교회를 만드는 것이 저의 오랜 꿈입니다. 아이들이 언제나 부담 없이 와서 쉬어갈 수 있는 진짜 쉴만한 교회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10년 전에는 아이들에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더 잘 설명해주고 체험시켜주고 싶어서 생태지도사 자격증도 땄습니다. 최근에는 작은 텃밭 하나를 얻어서 교회학교 팜스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도 땄고요.”
정수덕 전도사의 차세대를 향한 사랑이 교회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작은 방 두 개가 전부인 교회 공간의 절반이 차세대를 위한 장소이다. 방 하나는 예배당, 남은 방 하나는 차세대들이 책을 읽고 나눔을 할 수 있는 나눔방이다. 차세대들에게 세례를 주고 싶어서 최근 신학대학원에도 입학했다.
“노회 규정상 전도사 자격으로는 성도들에게 세례를 줄 수 없습니다. 저희 성도 중에 중학생 이 한 명 있는데 제가 세례를 줄 수 없어서 다른 목사님께서 오셔서 세례를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앞날을 직접 축복해주고 세례를 주려고 늦은 나이지만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진짜 쉴만한 교회를 만들어주고 싶은 정수덕 전도사의 하나뿐인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선 차세대사역을 위한 봉고차가 한 대 필요하다. 교회에 차가 없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텃밭에 한 번 다녀오는 일도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재정적인 도움도 필요하다. 쉴만한교회는 지금까지 남편의 장례식을 치르고 남은 부의금과 교회 헌금으로 어렵게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교회 재정 상황이 더욱 안 좋아졌다. 특정 종교에 아파트 시설을 내줬다는 이유로 아파트 입주민들의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몇 주 전에는 아파트 운영위원회가 교회를 빼달라고 통보했다.
“지금까지 버텨온 것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시작하신 분도 하나님이시니 마무리도 하나님께서 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이 멈추라 하시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날까지 교회 사역을 이어갈 수 있도록 후원과 관심,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문의: 010-3346-9191(정수덕 전도사)
후원계좌: 122-078985-01-019(기업은행) / 쉴만한교회
2021-06-12
제134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