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을 위한 부부상담
‘감정 표현의 불능’에서 ‘감정 표현의 유능’으로
“결혼 연차가 꽤 쌓인 부부입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어도 도저히 남편의 속마음을 모르겠습니다. 제게 무엇인가 서운한 듯 보여서 물으면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나들이를 가도, 맛있는 음식을 해줘도 별말이 없습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는 말이라도 해줘야 남편의 마음을 알 수 있을 텐데 너무 답답합니다.”
부부의 결혼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부부의 감정 표현’이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어려움 없이 발견하고 나눌 수 있다면 부부는 친밀함을 더 느끼게 된다. 반대로 부부 사이에 감정 표현이 소원해지면 결혼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다. 종종 “배우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라는 푸념을 듣기도 한다. 부부의 의사소통은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 배우자가 느끼는 감정을 듣고 공감하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는 전달되었지만,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부부 관계는 건조해질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감정 표현의 불능’이라고 한다. 감정 표현의 불능인 상태에서는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을 분별하기 어렵다. 분노, 당황, 외로움, 슬픔, 고독, 행복, 즐거움, 기대, 기쁨 등의 감정을 민감하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 또한 어렵다. 특히 남성들은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더라도 수용 받는 긍정적인 경험이 부족한 성장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아내에게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외로움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매우 나약하다고 생각했다. 외로움은 의지로 이겨야 할 감정일 뿐이고, 그 감정을 표현하면 서로를 힘들게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10년 이상 결혼생활을 했다. 누구에게도 쉽게 표현할 수 없었던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정말 힘들게 표현했을 때 아내가 수용해주는 경험을 했다. 매우 쑥스러웠지만 따뜻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부부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해준다. 결혼은 특별한 관계이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배우자의 감정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감정 표현의 불능’에서 ‘감정 표현의 유능’으로 바뀌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의사소통에 있어서 감정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감정에 대한 인식이 바뀜으로 감정을 소중하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지금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하게 느끼며 경험하는 것이다. 내 안에 일어나는 변화를 집중해서 관찰해보자.
둘째, 배우자에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부부가 나눠야 할 이야기가 정말 많다. 그중에서 서로가 무엇을 경험하고 느끼는지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 감정적 변화에 민감하고,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부부가 감정적으로 충분한 교감을 나누면 깊은 공감이 생긴다. 예를 들어 “오늘 너무 힘들었어”, “잘 안 될까봐 걱정돼”, “무슨 일 날까봐 불안해”,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외로워”, “혼자 있으니까 좀 우울해” 등 감정을 담담히 한번 표현해보자.
셋째, 서로의 감정을 충분히 긍정해주고, 수용해줘야 한다. 감정 표현이 어려운 것은 성장 과정과 환경에서 충분히 수용되는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억압, 은폐, 무시를 선택하는 것이 익숙할 수 있다. 배우자가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나눌 수 있도록 무시하거나 정죄하지 않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신 힘들었겠다”, “그래 불안하고 우울하겠다”라고 말하며 배우자가 말하는 감정을 그대로 반영해주면서 수용해주자.
넷째, ‘I-Message(나 전달법)’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I-Message는 상대방의 행동을 비난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 그렇게밖에 말 못 해?”라는 비난 대신 “나는 당신이 그렇게 말 하면 속상해요”라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I-Message는 부정적 감정이나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더 깊이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배우자에 대한 공격, 비난, 조롱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감정을 나누는 대화를 많이 할수록 부부는 마음이 연결되고 친밀함을 누릴 수 있다.
/ 황규복 박사, 김숙경 소장 부부(두란노 결혼 예비학교 부부강사, <그런 당신이 좋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