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그리스도인의 브랜드 가치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 지혜 구하기!
몇 달 전 대통령이 139개 기업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중동 순방을 했다. 그런데 코인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는 한 업체 대표가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업체는 대통령 동행순방 때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유명기업 대표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만나기로 했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고 한다. SBS 뉴스에 따르면 실제로 이 업체의 코인은 순방 이후 두 배가량 올랐다고 한다.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단골 메뉴로 오르내리는 사우디 왕자, 태국 공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처남은 아마 수백 명도 더 될 것 같다. 국가 체제나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유명인사의 이름을 들먹거리는 이유는 그 이름이 가진 영향력, 즉 브랜드 가치(Brand Value) 때문이다. 내가 어디에 속해 있다, 누구를 안다, 누구와 친하다는 걸 자주 내세우는 사람한테는 그 유명인사와 자신의 위상을 동일 선상에 놓고 싶은 심리가 숨어 있다.
예전에 강남에 있는 한 교회에 출석하는 지인이 있었는데 “우리 교회는 한여름에도 예배 시간에 에어컨을 틀지 않아요. 땀이 줄줄 흘러도 모두 참아요. 담임목사님은 소형 중고차를 타고 다니죠”라며 큰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본인은 교회 밖을 나가자마자 대형 외제차를 타고 집에 가서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튼다. 유명 단체나 훌륭한 교회에 속해 있다고 해서 본인도 그 수준에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출석하는 교회가 선교와 구제에 열심인 걸 자랑하면서 정작 본인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외면하고, 교회의 일대일제자양육 체계를 자랑하면서 본인은 배우든지 가르치든지 하라는 교회 방침에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신분을 가리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신 예수님에 대해서는 자주 언급하면서 정작 본인은 일터나 가정에서 부하직원, 가족들한테 고압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표리부동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예수님에 대해 아는 것과 예수님을 아는 것이 다르듯, 예수님을 이야기하는 것과 예수님처럼 사는 것은 다르다. 거룩함이라는 하나님의 브랜드 가치를 이용해 자신을 거룩하게 포장했던 바리새인의 모순을 범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죄성을 통해 끊임없이 유혹하는 사탄의 전략을 차단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믿음의 역동성을 갖기 위해서는 하나님이 일하실 수 있는 여백을 많이 가져야 한다.
명실상부, 명불허전 vs 유명무실
이름값과 실제가 같다는 뜻의 ‘명실상부’(名實相符)는 겉과 속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짐을 뜻한다. 비슷한 뜻으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말도 있다. 중국 전국시대 때 맹상군이라는 왕족이 있었는데, 식객들을 대등하게 대우하며 인재를 존중했다. 그의 영지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 명성이 전해져 그 이름이 헛되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생긴 말이다. 예를 들어 ‘그 배우의 연기력은 정말 명불허전이다’, ‘그 브랜드의 품질은 명불허전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그 작가의 통찰력과 글솜씨는 명불허전이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선수의 실력은 명불허전이라 많은 구단주가 구애할 것이다’ 등 자타가 공인하는 이름값, 브랜드 가치를 지니려면 부단한 노력을 요구한다. 그 반대말은 유명무실(有名無實)일 것이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기업이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된다. 인터브랜드 선정 2023 글로벌 브랜드 가치 순위 10개 기업을 보면 1위 애플(5,027억), 2위 마이크로소프트(3,167억), 아마존(2,777억), 4위 구글(2,062억), 5위 삼성(914억), 6위 토요타(645억), 7위 메르세데츠 벤츠(614억), 8위 코카콜라(580억), 9위 나이키(538억), 10위 BMW(511억)다. 애플은 브랜드 가치 선순환 구조를 잘 만들어 11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유튜브는 25위(260억 달러)다. 100위 안에 든 국내기업은 삼성을 포함해 3곳인데 현대차 32위(204억 달러), 기아 88위(71억 달러)이고, 일본 브랜드는 7곳이 진입해 있다.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 점유율이 올라가고,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해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이로 인해 원가절감 효과와 함께 현금 흐름의 유동성이 좋아진다.
반전의 서사, 하나님의 시선
브랜드 가치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무형의 자산으로, 현재와 미래에 거둘 수 있는 이익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세상의 가치 기준은 이익 창출에 두고 있지만, 예수님이 사람을 보는 브랜드 가치에는 반전의 서사가 있다. 이 땅에 오셔서 제자를 부르실 때 기준도 그러했고, 자신을 희생해 핏값을 치르고 얻은 영혼의 가치는 무한대이다. 브랜드 가치는 소유에 있지 않다. 소유의 무한 확장으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던 아합 왕은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고 살인까지 했다. 성경은 아합과 이세벨에 대해 자기 자신을 팔아먹은 자들이라 기록하고 있다. “예로부터 아합과 같이 그 자신을 팔아 여호와 앞에서 악을 행한 자가 없음은 그를 그의 아내 이세벨이 충동하였음이라”(왕상 21:25).
최근 작은예수 40일 새벽기도회 이재훈 위임목사님 설교에서 ‘우리 자신이 가치가 있어서 사랑받는 게 아니라 사랑받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내용이 마음에 와닿았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사람을 대할 때 인권유린이나 차별, 폭력, 무관심, 기회의 불평등이 많이 해소될 것이다. 명품 브랜드로 온몸을 장식한다고 사람까지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유명인사나 부자가 아니더라도 ‘소금과 빛’이라는 그리스도인의 브랜드 가치를 주변으로부터 인정받는다면 하나님과 교회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출세의 유혹 앞에 무릎 꿇지 않음으로 하나님 자녀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다니엘과 요셉이 그러했다.
사람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숫자로 셀 수 있는 ‘가산 명사’와 셀 수 없는 ‘불가산 명사’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돈과 명예, 영향력 등이다. 하나님의 종 다윗이 모든 것이 안정되고, 풍요로워지자 인구조사를 명한다. 물론 통계학이 적용되는 분야는 많고, 숫자가 있어야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음 걸음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취들을 자신의 역량과 공로라 인지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출애굽>에서 인구ˑ가축 조사는 번성과 풍요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기 위함이었지만, 다윗이 명령한 인구조사는 군사력과 왕권 강화, 전쟁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130만 명이라는 숫자가 확인되었지만, 다윗은 선지자 갓을 통해 자신의 교만한 동기를 깨닫고 즉시 회개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세 가지 재앙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하시고, 다윗의 회개 기도를 들으신 다음 재앙의 기간을 단축하신다. 하나님의 천사가 직접 백성들을 징벌하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다. 7만 명의 생명을 거두어 가신다. 인간적으로는 영리해 보이는 일들이 동기를 아시는 하나님 앞에서는 큰 죄에 속한다. 하나님을 대적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다윗의 브랜드 가치는 인구의 숫자나 전쟁 능력에 있었던 게 아니다. 목동 시절부터 철저히 하나님을 의지하는 담대한 믿음과 즉각적인 회개의 자세에 있었다.
동서양 모두 철저한 신분 사회 시대에 살았던 분위기에서 <빌레몬서>를 통해 본 바울의 가치관이 얼마나 파격적이고, 놀라운 것인가? 옥중서신인 <빌레몬서>에는 교회의 핍박자였던 바울, 이방인이었던 빌레몬, 노예 신분의 도망자 오네시모가 등장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징계에 대한 두려움에 잡혀있던 오네시모는 옥중에서 바울이 전한 복음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되었다. 당시 빌레몬은 골로새교회의 중요한 인물이었는데, 바울은 본인에게도 필요한 오네시모를 빌레몬에게 돌려보내며 그를 용서해줄 것을 간청한다. 하나님의 자녀로 신분이 변화되는 것은 오직 영적인 눈으로만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일이기에 바울이 얼마나 깨어있는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바울은 사회적인 신분과 역량으로 볼 때 귀족 중의 귀족이요, 금수저 중의 금수저였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에 영의정을 하다가 낙향해 서원에서 후진들을 가르치다가 추노꾼에게 붙잡힌 비천한 노비를 면천해주고, 다른 양반이나 유림들에게 자신을 대하듯 그를 대해달라고 했다면 어디 제정신으로 보았겠는가!
그런데 바울은 오네시모를 “그는 내 심복이라(1:12)”, “네가 나를 동역자로 알진대 그를 영접하기를 내게 하듯 하고(1:17)”라고 표현한다. 헬라어로 심복(스플랑크논)은 심장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 오네시모는 노예 신분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바울의 생명과 같이 소중한 존재로 받아들였다. 우리에게 이러한 용기가 있는가? 바울은 정통 유대인, 로마 시민권자, 박사학위를 다중 소지한 석학, 유명 교회 개척자라는 브랜드 가치보다, 예수를 위해 모든 것을 배설물처럼 여기고, 이방인의 복음 전파를 위해 고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사도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부여했다.
<트렌드코리아2024 : 김난도 저>에서 말하는 새해 10개의 트렌드 중 하나가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와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을 통해 시대를 선도할 필요성에 우리는 직면해 있다. 생성형 AI는 질문을 얼마나 정교하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수준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중요해졌다. 해외에서는 해당 엔지니어 연봉이 4억 원까지 치솟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전체 일자리 50%가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어 3억 개 정도의 정규직 일자리가 자동화되리라 전망했다. 책임 있는 AI 활용을 위한 관련 법안을 세워 인공지능 도입의 충격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쉬운 것이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이 컴퓨터에게 쉽기 때문에(모라벡의 역설: Moravec’s Paradox) 인공지능 시대가 무조건 일자리를 빼앗아 갈 거라는 공포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자신의 결과물을 스스로 평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의 최종적인 판단과 선택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천지창조의 전문지식과 지혜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 지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가장 낮은 모습으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오신 성탄의 계절에 나는 과연 그리스도인으로서 브랜드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는 변곡점을 만들어보자.
/ 김수민 권사(동대문중랑공동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