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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낙태는 살인이다!
성인 입원환자를 회진할 때 전공의들은 “본 35세 여자환자는…”이라고 나이부터 보고를 시작한다. 반면 신생아 집중치료실 회진에서는 “본 생후 3시간 된 출생체중 1,200gm 환자는…”라며 보고를 시작한다. 출생 이후 신생아는 나이를 시간으로 보고한다. 평생 신생아 진료를 하다 보면 나이를 시간이나 일수로 계산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체질화된다.
오랜 의사 생활 탓인지 양력 나이보다 한 살을 더 먹게 되는 음력 나이가 어색했고, 때로는 비합리적인 셈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故 하용조 목사님이 이런 설교 말씀을 하셨다.
“음력 나이는 우리 선조들의 생명 존중 사상의 결정체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수태하는 순간부터 태아를 하나의 생명체로 인정했습니다.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열 달 동안 나이를 먹어 출생 시에 이미 한 살이 되어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동안 음력 나이를 비과학적이고,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구시대적 유물로 취급하던 나의 어리석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천둥 같은 말씀이었다.
‘낙태권’이란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자궁 안에 있는 태아를 낙태시킬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낙태권이 여성의 권리라는 근거는 ‘자기결정권’, 즉 태아를 ‘자기’라고 보는 주장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볼 때 이 주장은 근거가 부족한 말이다.
태아는 완전한 ‘자기’라기보다 어찌 보면 ‘남’일 수도 있다. 태아 염색체의 절반은 여성의 난자에서 오지만 다른 절반의 염색체는 남성의 정자에서 오기 때문이다. 태아는 자력으로 살 수 있을 때까지 어머니의 자궁에서 열 달 동안 셋방살이를 하는 셈이다. 자궁의 주인과는 별개의 생명체다.
만약 태아가 ‘자기’라면 왜 여자아이만 태어나지 않고 남자아이도 태어나는가? 맹장염이 걸리면 맹장은 ‘자기’이기 때문에 잘라내도 된다. 태아는 절반만 ‘자기’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잘라 낼 수도 없고, 잘라내서도 안 된다. 태아는 맹장처럼 자기 마음대로 자를 수 없는 엄연한 다른 생명체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말씀하셨다(창 1:28). 생육, 번성, 충만은 권유가 아니고 명령이다. 하나님은 장차 이삭이라는 아들을 주시겠다는 약속을 믿지 못하는 아브라함을 장막 밖으로 끌고 나와 시청각 교육을 시키셨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별을 세어 보아라. 과연 셀 수 있겠느냐. 네 자손도 이와 같이 될 것이다”(창 15:5).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구약시대에 시청각 교육까지 동원하시면서 생육과 번성을 약속하셨다. 하나님은 이성 간의 성행위를 통해서 하늘의 별처럼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하신다. 성행위의 쾌락은 이차적이고 부수적인 일이다.
요사이 성교육은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다. 성행위를 쾌락 위주로 가르치며 자위, 피임, 동성애 교육 등에 집중하고 있다. 성행위는 임신을 목적으로 하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지상명령인 생육과 번성을 위한 숭고한 생명 탄생의 행위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임신이 성행위의 부수적 결과가 되고, 일순간의 육체적 쾌락이 목적이 되어 버렸다. 성교육에서는 성행위가 쾌락보다는 임신과 분만을 통해 인간 생명을 탄생시키는 거룩한 행위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생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수 있는 나라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낙태 역시 대한민국 소멸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약 2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 비공식 자료에 따르면, 낙태가 출생 신생아 수만큼 자행되고 있다고 한다.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는 학회의 의학적 기준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낙태 허용 임신 주수 하루 전의 태아는 생명체가 아니고, 하루만 지나면 생명체가 되는 것인가? 이는 어불성설이다. 임신 6개월 전후의 극소 미숙아도 집중치료의 도움을 받아 엄마 품으로 돌아간다. 만삭인 임신 9~10개월에는 태아의 모든 장기가 이미 독립적으로 살아갈 준비를 마친 상태다. 최근 생명 경시 사상이 만연하면서 만삭에도 낙태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만삭 낙태는 살인이다.
/이철 장로 (OCC 공동체, 하나로의료재단 명예 원장, 전 연세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