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나를 따르라!”
올해 온누리교회가 선포한 표어 “나를 따르라”는 말씀이 매일 무겁고, 정직하게 다가온다. 제자의 길은 화려한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는 게 아니라 예수님이 가리키시는 시간과 공간 속으로 자신의 존재를 던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이 부르심의 본질을 ‘노아의 방주’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 다시금 떠올리며 오늘 나의 발걸음을 점검한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무엇보다 나의 시계를 멈추고, ‘하나님의 때’ 앞에 겸허하게 머무는 일이다. 성경은 노아가 방주에 들어간 이후 그 문을 직접 닫으신 분이 하나님이셨음을 증언한다.
“들어간 것들은 모든 육체의 암컷과 수컷이었습니다. 그것들이 하나님께서 그에게 명하신 대로 들어가자 여호와께서 그의 뒤에서 방주의 문을 닫으셨습니다”(창 7:16).
노아에게 구원의 시작과 끝, 그리고 심판의 기한을 정하는 결정권이 없었다. 방주 안에서의 기약 없는 시간은 어쩌면 가장 고통스럽고 치열한 순종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나의 조급함과 계획이 가로막힐 때 우리는 쉽게 절망하곤 한다. 그러나 참된 순종은 문을 닫으시고 여시는 분이 오직 하나님이심을 인정하는 ‘자기 부인’에서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발을 동동 구르기보다 하나님의 때를 신뢰하며 묵묵히 견디는 것이 예수님을 따르는 첫 번째 발걸음임을 기억한다.
“그때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네 아내와 네 아들들과 네 며느리들과 함께 방주에서 나와라. 너와 함께 있던 모든 생명들, 곧 새들과 짐승들과 땅 위에 기는 모든 것들을 데리고 나와라. 그것들이 땅에서 새끼를 많이 낳고 수가 불어나 땅 위에 번성할 것이다. 노아가 그 아들들과 그 아내와 그 며느리들과 함께 방주에서 나왔습니다”(창 8:15~18).
이어지는 ‘제자의 길’은 방주라는 안전한 경계를 넘어서 예수님이 눈물 흘리시는 공간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다. 하나님은 노아를 방주라는 피난처에 영원히 가두어 두지 않으셨다. 물이 빠진 뒤, 그를 다시 척박하고 황량한 세상 속으로 내보내셨다. 그곳은 노아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하나님의 통치를 다시 일궈야 할 사명의 전초기지였다.
분주한 사무실, 고요한 거실, 왁자지껄한 교실, 혹은 낯선 선교의 땅 같이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모든 공간은 우연히 주어진 장소가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그 공간을 맡기셨다. 단순히 머무는 것을 넘어 그 땅의 어둠을 복음의 빛으로 밝히고, 깨어진 질서를 회복하라는 엄중한 파송이다. 방주 밖의 세상은 위험하고 고단하지만, “나를 따르라”고 하신 예수님은 늘 그 현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결국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하나님의 시간에 순복하고, 그분이 허락하신 공간을 책임지는 삶의 태도이다. 예수님이 멈추라 하시는 시간에 기꺼이 멈춰 서고, 가라 하시는 장소로 망설임 없이 나아가는 것이다. 이 시간과 공간의 교차점에서 우리가 보여야 할 유일한 응답은 묵묵한 순종뿐이다.
방주의 문은 언젠가 반드시 닫힌다. 그러나 그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까지, 우리에게 열린 세상이라는 사명의 땅이 주어져 있다. 나의 조급함을 십자가에 내어놓고, 하나님의 시간을 온전히 신뢰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예수님이 나를 파송하신 그 험한 공간으로 기꺼이 자기를 부인하며 나아가기를 다짐한다. 예수님의 뒤를 따라 그 거룩한 발걸음을 뗄 때, 우리가 딛는 모든 땅이 <사도행전> 29장의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 주하늘 목사 (양재파워웨이브중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