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걸 참 어려워했습니다. 주변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혼한 이후로는 계속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서적을 찾아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책에 나오는 대로만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울며 잠들지 않는 아이를 등에 업고 밤을 새울 때면 ‘아이 한 명 키우는 게 이렇게나 어렵구나’ 싶어 눈물이 날 때도 있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 못해서 아이도, 저도 무척 고생을 했습니다.
아이가 말하기 전까지는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기어다니기 시작하면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바닥에 있던 전화선이나 전기선을 치우느라, 무언가를 잡고 일어설 때면 선반 위나 소파 위를 정리하느라 바빴습니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저는 육아휴직을 하고 매일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 정문까지 동행했습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요. 아이가 “엄마, 저 이제 혼자 갈게요”라더니 앞서가던 친구 이름을 부르며 뛰어갔습니다. ‘난 이거 하려고 휴직했는데?’ 하는 생각에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또 어느 날은 “오늘 엄마 말 듣고 이 옷 입었다가 땀띠가 났어요”라고 말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는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보고 스스로 옷을 챙겨 입었습니다.
아이가 신생아 때는 모든 걸 의존하기 때문에 저의 삶을 잠시 멈추고 아이에게 집중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성장하면서 스스로 하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저에게 상의하지 않고 스스로 실행하는 일들도 생겨 놀라기도 했습니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가 지난주 또 깜짝 놀랄만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기도하면서 그 답을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학교에서도 다양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한 번은 2학년 아이의 일기 검사를 하는데 아무리 봐도 아이의 글씨가 아닌 어머니의 글씨였습니다. 조심스레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니가“선생님, 죄송해요. 아이가 혼날까 봐 제가 대신 썼어요”라고 답하셨습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준비물이나 우산을 챙기지 못한 아이를 위해 몰래 교실 앞까지 와서 전해주거나 신발주머니에 넣어두고 가시기도 합니다. 다 큰 아이의 물건마다 부모님의 글씨가 보이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도보거리임에도 출근길 차로 데려다주려다 “학교 정문 앞에서 차로 내려주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배움터지킴이 분과 실랑이하고 욕설까지 하는 학부모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다육식물을 키워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보기에도 예쁘고 키우기 쉽다는 말에 키워본 적이 있습니다. 파는 분이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물을 흠뻑 주라고 하셨지만, 물 주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그것을 참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한 달이나 물을 안 먹고 살겠어?’라는 생각에 더 자주 물을 주었습니다. 그 결과 통통했던 잎이 흐물거리며 진녹색으로 변하고 아래로 처지더니 결국 썩어버렸습니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부모의 사랑은 온도를 낮춰야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이전처럼 뜨겁게 사랑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 생각대로 물을 너무 많이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늘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스스로 샤워하고, 옷을 고르고, 책가방을 챙기고, 학교에 갑니다. 진학도, 취업도, 결혼도 할 나이가 됩니다. 언제까지나 아이의 실패를 막아주는 것만이 부모의 역할은 아닐 것입니다. 아이가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기뻐해 주는 것이 당장 도와주는 것보다 어려울지라도 그 또한 부모의 몫입니다. 그래야 아이가 비로소 성장하고 독립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각 가정의 자녀가 ‘나의 아이’가 아니라 ‘하나님의 아이’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부모인 내가 아이의 주인인 것처럼 마음대로 계획하고 이끌려고 한다면 아이는 꼭두각시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창조의 하나님은 한 명 한 명을 모두 다르게, 새롭게 지으셨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아이가 가진 고유성과 성장 과정에 맞게 사랑의 온도를 잘 조절해서 돕는 부모와 교사가 되기를, 하나님이 그 지혜를 주시기를 늘 기도합니다.
/ 최민혜 교사(부천온누리교회, 석천초등학교, <야누시 코르차크 아이들을 편한 길이 아닌 아름다운 길로 이끌기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