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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신문 - [맛있는 말씀 해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

[맛있는 말씀 해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

2025-06-21 제1545호

맛있는 말씀 해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이 면접을 앞두고 이 말씀을 붙든다.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투자설명서를 내밀며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마라톤 출발선이나 운동경기에서 유니폼에 이 말씀을 새기기도 하고, 크리스천 부모들은 자녀의 수능시험이나 유학 준비를 앞두고 이 구절을 붙들고 기도한다. 
이 모든 장면은 한 가지 공통된 인식을 보여준다. <빌립보서> 4장 13절이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성공’과 ‘자기 성취’를 위한 응원 구절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본문은 분명히 하나님이 우리에게 능력을 주신다는 아름다운 고백이다. 그러나 이 말씀이 “모든 일에서 성공하게 해주신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식의 긍정적 사고방식이나 ‘성공 신앙’의 근거로 사용되기엔, 이 말씀의 본래 의미는 훨씬 더 깊고 오히려 정반대의 맥락에 서 있다.
본문을 담고 있는 빌립보서 4장의 문맥을 살펴보면, 바울은 지금 어떤 외적인 성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결핍과 어려움 속에서도 자족하는 삶의 태도를 고백하고 있다. 바울은 11절에서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라고 말하며, 풍요나 궁핍, 배부름이나 배고픔에 상관없이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평안을 말한다.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라”(빌 4:11)
그러고 바로 이어지는 고백이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다. 
여기서 바울이 말하는 ‘모든 것’은 ‘원하는 바를 다 이룬다’는 뜻이 아니다. 사실 바울은 단지 ‘불편한 상황’을 이겨냈던 것이 아니다. <고린도후서> 11장을 보면 그는 매를 맞고, 돌에 맞고, 감옥에 갇히고, 바다에 빠지고, 굶주리고, 헐벗고, 강도와 동족 및 거짓 형제의 위험에 시달리며, 죽을 뻔한 일을 여러 번 겪는다. <빌립보서>를 쓸 당시에도 그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편지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이 말은, 내가 원하는 일을 모두 이룰 수 있다는 선언이 아니라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믿음을 지키며, 주어진 삶을 감당할 수 있다는 고백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영웅적 성공이 아니라, 고통과 결핍, 실패의 현장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자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신앙의 외침인 것이다. 
본문의 중심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있지 않다. 핵심은 ‘능력 주시는 자’ 곧 예수 그리스도이다. 바울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약함 속에서도 주시는 은혜의 힘을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이 말은 바로 그 능력 주시는 주님으로 인해, 오늘의 괴로움도, 내일의 불확실함도 감당해낼 수 있다는 깊은 신앙의 고백이다. 우리 역시 본문을 ‘성공의 보증서’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시련과 부족함 속에서도 하나님으로 인해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능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 우리가 본문을 외울 때 그 고백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게 해주소서”라는 주문이 아니라 “주님, 어떤 상황이든 제가 믿음으로 살아 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라는 고백이어야 할 것이다. 이 말씀이야말로 ‘무엇이든 이룬다’가 아니라, ‘무엇이든 감당하게 하신다’는 복음의 능력인 것이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
바울의 이 고백이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우울하거나 절망 가운데 있는 분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란다. 
/ 오은규 목사(성동광진공동체)
작성자 박지혜 기자 wisdom7@onnu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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