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말씀해설
“나사로야! 나오너라!”(요 11:43)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감사하고 찬양하지만, 당시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그런데 예수님은 십자가 부활 사건을 제자들이 경험하기 전에 완전히 죽은 자의 부활을 미리 경험하게 하셨다. 바로 나사로의 부활 사건이다. 제자들은 죽은 자의 부활 기적에 대한 이전 경험(회당장의 죽은 어린 딸이 살아난 일, 나인성 과부의 죽은 아들이 관에서 다시 일어난 사건)이 있어서인지 나사로의 부활에 그렇게 깊은 감동과 전율을 느끼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이 죽으면 그 시신이 어떻게 되는지를 제자들이 조금만 생각했다면, 나사로의 부활 사건은 그 전의 부활 사건과 차원이 다른 기적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심장이 멈추게 되고, 뇌와 같은 중요한 장기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다. 혈액이 10분 이상 공급되지 않으면 뇌조직이 심하게 손상되거나 아예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이후 군병이 옆구리를 창으로 찌른 것도 혈액 순환이 멈춘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쏟아졌다는 것은 이미 심장이 멈추고, 혈액이 응고되어 피가 굳은 부분과 물과 같은 부분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은 나사로의 상태는 이 단계를 훨씬 지나서 몸의 단백질이 부패하면서 악취가 나는 상황이다. 이미 나사로의 뇌는 뇌사 정도가 아니라 부패해서 거의 녹아내릴 지경이 됐다. 그런 나사로가 멀쩡하게 일어나 슬퍼하던 자매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예수님이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사건은 죽은 몸을 떠난 영혼이 다시 몸으로 돌아오게 하신 정도가 아니다. 썩어가던 몸 자체를 새로운 몸으로 대체하신 놀라운 기적을 베푸신 것이다. 부러진 뼈를 이어주는 것과 다르다. 이미 없어진 뇌를 다시 창조하신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나사로의 모든 기억과 지식, 경험이 반영된 뇌를 그대로 다시 창조하셨다는 점이다. 예수님은 나사로의 부활을 통해 몸의 부활에 대한 놀라운 지식과 정보를 제자들에게 주셨다. 몸의 부활은 단지 영혼이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는 것 그 이상이다.
이집트인들도 몸의 부활을 믿었다. 그래서 미이라를 만들어 그 몸을 보존하려 했다. 미이라를 만들 때 뇌와 내장 등은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제거하고 방부 처리한다. 이런 몸이 다시 살아날 수도 없지만, 살아난다고 해도 뇌 없는 인간일 뿐이다. 진정한 부활은 썩은 몸이 새로운 몸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예수님이 “나사로야! 나오너라!”고 말씀하실 때 나사로의 썩은 몸이 새롭게 창조된 몸으로 대체된 것이다.
나사로의 부활은 엄청난 기적이지만, 나사로는 다시 죽는다. 다시 창조된 몸도 죽을 수밖에 없는 원래의 몸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은 나사로의 부활과 같지 않다. 죽은 예수님의 몸은 나사로처럼 죽을 몸으로 부활하신 게 아니다.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의 몸으로 부활하셨다.
사도 바울은 우리의 죽을 몸과 부활의 몸을 육의 몸과 영의 몸으로, 또 씨와 수준이 다른 열매에 비유했다. 제자들이 부활한 예수님을 잘 알아보지 못한 것도 육의 몸이 아닌 영의 몸으로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영의 몸이 어떤 것이지 우리는 잘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의 육의 몸 자체가 이미 많이 망가져 있어서 영의 몸이 되었을 때 망가진 부분들이 확실하게 고쳐져 있을 것이다. 아담 이후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손이 이어갈수록 DNA의 무질서가 증가하면서 이미 많이 망가져 있다. 그래서 부활의 몸을 입으면 모두 지금보다 훨씬 멋지고, 건강한 몸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망가진 몸을 가지고 살면서, 망가진 세상에서 오늘도 간절히 기도드린다. “주 예수여, 속히 오시옵소서.”
/ 이은일 장로(성북공동체,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