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것이 없는 인생
<요한복음> 6:11~13
/ 이재훈 위임목사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에는 버릴 게 없습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는 모든 것이 쓰임받는 세계입니다. 사람들이 만든 것만 아무 쓰임도 없이 땅을 오염시킵니다. 하나님이 아무것도 버리지 아니하시는 분이라면, 그분의 자녀들 인생 또한 버릴 게 없는 인생이어야 합니다. <요한복음> 6장, 오병이어 기적 본문에서 어떻게 버릴 것이 없는 인생이 될 수 있는지를 깨닫기를 원합니다.
“하나도 잃어버려지지 않도록 하라”
오병이어 기적 이야기는 세 가지 예수님의 말씀을 축으로 전개됩니다.
첫째, “우리가 어디에서 빵을 사서 이들을 먹이겠느냐”, 둘째,“이 사람들을 모두 앉히라”, 셋째, “남은 조각은 하나도 버리지 말고 모아두라”는 말씀입니다. 대개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두 번째에서 멈춥니다. 기적이 일어났고, 많은 사람이 배불리 먹었기 때문입니다. 기적을 통해 많은 사람이 배부름을 얻었다는 장면에서 묵상을 마칩니다. 그런데 요한이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난 이후 주신 세 번째 말씀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 번째 말씀이야말로 오병이어 사건의 신학적, 신앙적 핵심입니다.
세 번째 말씀에 사용된 단어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버리지 말라”, “모아두라”는 말씀을 원어로 직역하면 “하나도 잃어버려지지 않도록 하라”는 단어입니다. 요한은 <요한복음>에서 이 단어를 매우 자주 사용합니다. 핵심 단어라는 뜻입니다. <요한복음> 3장 16절에서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라고 할 때 ‘ 멸망하다’ 라는 단어도 이것입니다. <요한복음> 6장 39절에서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을 때도 이 동사를 썼습니다. <요한복음> 18장 9절에서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지 아니하였사옵나이다”라고 하셨을 때도 이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남은 빵 조각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명령은 예수님의 구원 사역을 설명하는 핵심 단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주신 한 영혼도 잃지 않으시는 분이시며, 빵 한 조각도 버려지지 않도록 잃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이 두 가지 ‘ 잃지 않음’ 이 예수님의 동일한 성품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작은 것도 버리지 아니하시는 분
이 본문에서 세 가지 메시지를 우리에게 선포하십니다. 첫째, 하나님은 작은 것도 버리지 아니하시는 분입니다. 본문의 기적은 한 아이가 가지고 있었던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보리떡은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값싼 빵이었습니다. 밀로 된 빵은 부유한 사람들의 음식이었고, 보리로 된 빵은 종이나 가축들의 먹이로 사용되는 음식이었습니다. ‘ 물고기 두 마리’ 라고 번역된 헬라어 ‘ 옵사리온’ 은 갈릴리 호수 주변에서 잡히는 아주 작은 가난한 자들의 양식이었던 생선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도시락
은 한 가난한 소년의 작은 점심이었습니다. 제자 빌립의 눈에는 이것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계산이 빠르고 현실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안드레의 눈에는 이 작은 도시락이 보이긴 했지만, “이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습니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두 제자 모두 작은 것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일을 행하시는지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이 작은 것을 받으시고, 축사하시고, 나누어 주셨을 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여러분, 위대한 기적은 크고 위대한 재료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기적은 언제나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흙으로 지으셨습니다. 하나님이 역사 속에 사용하신 도구는 언제나 작은 것이었습니다. 모세의 지팡이, 다윗의 물맷돌, 엘리사의 기름 한 병, 과부의 동전 두 개, 그리고 이 아이의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입니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버려질만한 것들이 하나님이 쓰시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이 말씀을 보면서 우리를 돌아봅니다. 우리는 언제나 가진 것이 없다고 한탄합니다. 재능도 변변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내 과거는 실패로 얼룩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미 나이 들어서 쓸모없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버려질 만한 인생이 없습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 믿는 사람들을 핍박했던 과거로 인해서 자기 자신을 ‘ 죄인 중에 괴수’라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를 사용하셨습니다. 모세는 80세가 되어서야 부름을 받았고, 아브라함은 100세가 되어서 약속의 아들을 얻었습니다. 하나님의 시계는 이 세상의 시계와 다릅니다. 하나님 앞에 사소한 것은 없습니다. 한 아이의 작은 도시락이 예수님께 드려졌을 때 5천 명을 먹이는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우리의 작은 시간, 달란트, 작은 기도와 섬김이 하나님의 손에 드려졌을 때 결코 버려지지 않습니다.
영적 긴장감이 버려지지 않도록
둘째, 예수님은 배부름으로 우리의 영적 긴장감이 버려지지 않도록 하라고 경계하셨습니다. 남은 조각을 버려두지 않도록 모으라는 것은 단순한 잔소리가 아닙니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차원을 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듣는 대상은 예수님이 먹을 수 있게 해주심으로 인해서 배부름을 얻게 된 이들입니다. 예수님은 배부름이 가져다주는 영적 위험, 그들이 영적 긴장감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경계하셨습니다. 성경의 아홉 가지 열매 중에서 마지막 열매가 절제인 것처럼, 예수님은 배부름 이후에 잃어버릴 수 있는 영적 위험을 경계하셨습니다(신 6:11~12).
하나님은 우리에게 배부름을 주시는 은혜로운 분이십니다. 그런데 그 배부름이 우리를 교만하게 하고, 그 교만함이 하나님을 잊어버리게 합니다(호 13:5~6). 하나님을 잊어버림으로 우리는 잃어버린 영혼이 됩니다. 실제로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배부름을 얻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예수님을 왕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배부름을 계속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이 그들을 피해서 갈릴리 건너편으로 가버리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요 6:26).
배부름이 가져다주는 영적 위험은 우상 숭배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배부름을 주기를 원하시고, 필요를 채워주십니다. 그런데 배부름을 추구하기 위해 하나님을 찾는 것은 신앙이 아니라 우상 숭배입니다. 이 순서가 바뀌면 안 됩니다. 순서가 바뀌지 않기 위해서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남은 조각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함으로써 배부름이 가져올 영적 위험을 경계해야 합니다.
하나님께 드려지는 인생만이
‘버릴 것이 없는 인생’
셋째, 하나님께 드려지는 인생만이 버릴 것이 없는 인생이 됩니다. 버려지지 않는 인생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은 하나님께 드려지는 것입니다. 한 아이의 도시락이 하나님의 통로가 된 것은 단순히 거기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드려졌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그 도시락을 받으신 이후 축사하셨습니다. 빵을 들고 감사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감사기도를 드리셨다는 단어에서 기원한 단어가 성찬, ‘ 유카리스트(Eucharist)’ 입니다. 평범한 빵이 거룩한 양식으로 변화되는 그 자리에는 언제나 감사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하나님 나라의 놀라운 신비가 있습니다. 하나님께 드려지고 감사하는 것은 버릴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드려지지 않는 것은 아무리 많아도 사라지고 맙니다. 드려진 것은 아무리 작아도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의 시간이 하나님께 드려지지 않으면 허공으로 흩어지지만, 드려진 시간은 영원으로 이어집니다. 물질도, 재능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 드려진 인생은 버려질 것이 없는 인생이 됩니다.
현대인의 비극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나님께 드리지 못해 결국 버려지는 인생을 산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것이라도 하나님께 드려질 때 버릴 것이 없는 기적의 통로가 됩니다. 방지일 목사님이 자주 사용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쓰이지 않아 녹슨 인생이 아니라, 많이 쓰임받아 닳아 없어지는 인생이 되자”입니다. 녹슬어 버려지는 인생이 될 것입니까? 닳아 없어지는 인생이 될 것입니까? 드려져 쓰임받는 인생은 이 땅에서는 닳아 없어지는 것 같지만, 영원한 나라에서는 하나님께 쓰임받는 버려지지 않는 인생이 됩니다.
버려질 만한 빵 한 조각도 잃어버리지 말라고 명하신 예수님은 한 영혼도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요 6:39). 같은 단어, 같은 마음입니다. 하나님이 배부름을 주실 때 잃어버려지는 영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인생이 쓰임받는 인생, 영원한 나라의 열매를 맺는 인생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의 시간, 재능, 물질의 남은 조각들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야 합니다. 가능성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배고픔은 이겼지만, 배부름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가난은 이겼지만 부요함은 이기지 못했습
니다. 그래서 영적 위험에 빠진 것입니다. 남은 조각도 잃어버리지 않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남은 조각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거두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시간, 재능, 물질, 가능성이 버려지지 않도록 하나님께 드릴 때 놀라운 기적을 이루시고, 결코, 버려지지 않는 인생으로 쓰임받도록 역사하실 것입니다.
/ 정리 김남원 부장 one@onnu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