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말씀해설] “그가 또한 영으로 가서 옥에 있는 영들에게 선포하시니라”(벧전 3:19)
맛있는 말씀해설
“그가 또한 영으로 가서 옥에 있는 영들에게 선포하시니라”(벧전 3:19)
이 말씀은 신약 성경 중에서도 매우 난제 구절에 해당한다. 이 말씀의 앞 절인 <베드로전서> 3장 18절을 보면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시고 육체적으로는 죽음을 당하셨지만, 영으로는 살아나셔서 음부(옥)에 있는 자들에게 말씀을 선포하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 구절이 로마가톨릭교회에서 사후 연옥에 있는 영혼들에게 구원을 얻을 기회가 있다는 교리를 정당화하는 근거 구절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측면도 있다.
한국 교회가 고백하는 사도신경의 “장사 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으며”라는 고백은 <베드로전서> 3장 19절과 4장 6절을 근거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구절의 공인된 사도신경 원문은 “장사 되어 지옥에 내려가신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으며”다.
많은 신학자가 <베드로전서> 3장 19절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다. 몇 가지 주요한 관점의 해석들을 살펴보면서 이 구절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영적 교훈을 얻게 되기를 소망한다.
첫 번째 해석은 <베드로전서> 3장 19절 ‘옥에 있는 영들’은 노아 시대에 불순종했던 영들을 말하며,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 죽음과 부활 사이에 이들에게 전파한 것이 아니라 노아 시대에 영으로 선재하여 죄인들에게 전도하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지옥에 내려갔다는 의문을 제거할 수 있는 이론으로 많은 신학자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본문의 문맥과 자연스럽지는 않다.
둘째, 예수님이 음부에 내려가서 전파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이 아닌 제한된 자들에게 전파했다는 것이다. <베드로전서> 3장 20절의 옥에 있는 영들을 노아 시대에 복종하지 않은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다. 노아 시대 사람들은 가장 악한 죄인들이었기에 홍수 심판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자들에게도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기 때문에 회개할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점은 <베드로후서> 2장 4절에서 ‘타락한 천사들’에게 전파한 것인데, 여기서 선포는 회개의 기회가 아니라 심판을 전한 거라고 주장한다.
셋째, 예수님이 그의 죽음과 부활의 중간 시기에 죽은 사람의 세계에 내려가서 복음을 전파했다는 주장이다. 예수의 육체는 비록 죽음을 당했지만, 그 결과 그는 영적으로 살아나 시공간의 제한에서 벗어나 모든 우주를 대상으로 자유롭게 복음을 전했다는 것이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 이전에 살았던 사람이나 평생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자들에게 회개할 수 있는 은혜의 기회를 주셨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하나님의 구원 제공은 그 어떤 사람도 제외되지 않는다는 귀중한 진리를 뒷받침해 준다. 물론 오늘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인은 음부의 그늘에 들어갈 틈도 없이 세상에서 죽는 즉시 바로 하나님의 낙원에 들어갈 길이 열린다.
여기서 그리스도가 옥(음부)에 내려갔다는 사실이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가 음부에 내려갔다는 것은 그가 실제적으로 죽으셨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진실로 죽음을 경험하셨고 부활하신 분이시다. 둘째, 그리스도가 음부에 내려가셨다는 것은 보편적 승리를 말해준다.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있는 모든 것이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 꿇었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다. 셋째, 음부에 내려간 사건은 예수님의 은혜가 미치지 않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진리이다.
따라서 ‘예수가 옥에 있는 영들에게 선포하셨다’는 말씀은 매우 난해하고 해석하기 쉽지 않은 말씀이지만, ‘그리스도 이전의 사람들 혹은 복음을 듣지 못하고 죽은 이들이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주는 말씀이다.
/ 오은규 목사(성동광진공동체)
2024-05-11
제149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