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져온 세대별 아픔 - 청소년
코로나19가 가져온 세대별 아픔
교회가 ‘청소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링.링.링(튜터링, 멘토링, 카운슬링)’ 프로젝트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생활 전반에 수많은 변화들을 가져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세대별 문제가 참으로 다양하다. 청소년들은 학업과 진로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청년들은 더 좁아진 취업 시장 탓에 울고 싶은 심정이다. 중장년들은 갑작스러운 실직과 앞당겨진 은퇴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노인들은 더 깊숙이 파고든 외로움과 배고픔에 신음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세대별 아픔’을 주제로 각 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드러내고, 교회가 세대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세대는 청소년이다.
/ 홍하영 기자 hha0@onnuri.org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입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신민우 학생의 고백이다. 신민우 학생은 코로나19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식부터 대학교 OT(Orientation)와 MT(Member Training)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누려보지 못했다. 벚꽃 핀 캠퍼스를 걷는 새내기의 로망도 산산조각 났다. 수업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실시되었기 때문에 동기들 얼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난 1월 말 국내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삽시간에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졌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하여 기관들이 문을 닫았고, 행사와 활동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대학교는 물론이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도 줄줄이 문을 걸어 잠갔다. 등교는 물론이고, 학교에서 진행하던 각종 행사와 축제, 사교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입학식과 졸업식 등 청소년들이 그 시기에 해봐야 할 경험들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진로와 학업의 혼란, 갈 곳 잃은 청소년들
코로나19 사태로 청소년들이 놓쳐버린 것은 학교 행사 뿐만이 아니다. 학교 문이 닫히면서 청소년들의 가장 중요한 과업인 학업과 진로계획에 문제가 생겼다. 지금까지 세워 둔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갔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세상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성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정은지 학생(19세)에게 지난 7월은 악몽이었다. 정은지 학생은 지난 7월 취업예정이던 회사로부터 채용보류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된 회사의 운영난이 원인이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취업을 생각하며 열심히 달려왔는데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저의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나가게 됐습니다. 저의 20대가 시작부터 꼬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너무 속상합니다.”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의 취업길이 막혔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수많은 회사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채용인원을 줄이거나 아예 채용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성화 고등학교와 업무협약을 맺는 기업들도 줄어들고 있다. 취업을 위한 현장실습과 채용박람회 등의 기회를 얻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졌다.
인문계 청소년들이 경험하고 있는 고통도 상당하다. 곧 고3 수험생이 되는 김지성 학생(18세, 파워웨이브)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업에 지장이 생겼다. 고등학교 2학년 시기에는 입시에 도움이 되는 교내 활동과 학교 성적을 잘 성취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의 모든 활동과 수업이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실시되면서 집중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대면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도 이전과 다른 학업환경에 불편함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교실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다 보니 답답하고 숨쉬기도 불편합니다. 산소가 잘 안 통해서 수업시간에 계속 졸리고 집중도 잘 안 됩니다. 학업성취도가 많이 떨어지고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잃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들이 거의 끊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꿈드림센터 같은 청소년기관이 장기간 휴관에 들어갔다. 센터에서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업훈련을 받던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었다. 학업을 이어가지도, 취업을 준비하지도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청소년들의 심리적 건강에도 빨간불
청소년들의 심리적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발표한 ‘제2호 청소년상담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년들이 느끼는 화,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이 어른보다 두 배나 높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는 우리나라 9~24세 청소년 자녀를 둔 보호자 198명과 청소년 9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청소년과 보호자의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다. 그 결과 청소년 59.8%가 불안, 36.6%가 짜증, 31.7%가 우울을 경험하고 있었다. 화, 분노의 경우 청소년이 28.1%, 보호자가 14.7%로 청소년이 두 배 더 높게 경험하고 있었다.
또한 17~19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불안, 걱정, 두려움의 감정이 높았다. 조사에 응한 청소년 중에서 과반이 넘는 수가 학업 및 진로의 불투명성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학교 폐쇄, 온라인 개학 등과 같은 일상생활의 변화가 학업이나 진로에 민감한 고등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심리적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는 저소득층, 한부모가정, 조부모가정 등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 9월 인천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초등학생 형제가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끼니를 해결하려다 집에 불이 나 형은 중태, 동생은 사망한 사건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면서 등교를 하지 못하고 비대면으로 수업을 실시하던 중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이 외에도 끼니를 챙기지 못하거나 학교와 시설을 이용하지 못해서 하루 종일 집에 방치되는 청소년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돌봄 공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교회가 놀이터이자 안전한 울타리 되어주자
그렇다면 교회는 코로나19 사태로 방황하고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학업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에게 학습지원을 해주고, 진로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는 삶의 지혜를 전수해주고, 심리 정서적으로 불안한 청소년들에게는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해줄 수 있다. 본지에서는 교회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링.링.링(튜터링, 멘토링, 카운슬링) 프로젝트’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튜터링’이다. 지난 7~8월 온누리교회 대학청년부가 실시한 ‘튜터링 커넥트’ 사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튜터링 커넥트는 코로나19로 인해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교사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달란트를 가진 청년들이 교사가 되어 학습지원을 해준 여름사역이다. 선교사 자녀들에게 필요한 학습지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학습지원을 제공했는데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튜터링을 코로나19로 인해 학습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면 좋겠다.
둘째, ‘멘토링’이다. 온누리교회 대학청년부에는 공동체별로 멘토들이 존재한다. 청년들의 신앙과 삶, 진로 등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세워진 교회 리더십들이다. 수많은 청년들이 멘토와의 만남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고, 삶의 지혜를 얻고 있다. 이 좋은 프로그램을 코로나19로 인해 진로결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적용했으면 좋겠다.
셋째, ‘카운슬링’(심리상담)이다.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다. 온누리교회의 자원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서빙고와 양재 온누리교회에 있는 상담실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상담실은 심리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상담자들에게 도움을 받는 공간이다. 상담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
이 외에도 태블릿PC나 노트북 등이 없어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데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과 가정에서 돌봐줄 어른이 없어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각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 교회가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이자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면 정말 좋겠다.
2020-10-31
제13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