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특별기고] 유엔에서의 동성애와 성정체성 논의 동향
유엔에서의 동성애와 성정체성 논의 동향
‘성평등’을 ‘동성애 평등’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Sexual Ori entation and Gen der Identity, SOGI)’ 은 국제사회에서 동성애 문제를 다룰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 은 남성이 남성에게, 여성이 여성에게 성적 끌림과 호감을 느끼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개념을 의미한다. ‘성정체성(Gender Identity)’은 성적 정체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여기에서 남녀의 구분을 넘어서는 ‘LGBT(Lesbian(레즈비언), Gay(게이), Bisexual(양성애자), Transg ender(트랜스젠더))’ 개념이 도출된다. ‘양성평등’ 또는 ‘성평등(Gender Equality)’ 은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의미하며, 여성의 권익 보호와 사회 참여 확대, 역량 강화 등 여성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개념이다. 이는 동성애와는 무관하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 회에서는 ‘여권 신장’의 의미로 사용된다.
국내 동성애 지지자들은 ‘남녀(양성) 평등’ 을 ‘성평등’으로 표현하며 이를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평등하게 인정하는 개념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성평등’은 영어로 ‘ Gender Equality’이기 때문에 이 개념은 남녀 간 평등과 여성의 권익 신장을 의미하는 용어로, 동성애와는 관련이 없으므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2015년 채택된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SDG)의 17개 목표 가운데 다섯 번째 목표는 양성평등이며, 이 목표에 포함된 9개 세부목표(Target) 모두 여성의 권익 신장과 관련된 내용이다. 동성애 관련 내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SDG 전체(17개 목표, 169 개 세부목표)에도 동성애를 인정한다거나 존중한다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인권선언>과 유엔 내 논의의 전개
<세계인권선언> 제2조는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견해, 출신, 재산, 출생 또는 ‘다른 지위(other status)’에 따른 어떠한 구별 없이 모든 사람이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규정한다. 동성애 지지자들은 ‘ 다른 지위’에 성적 지향이 포함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통상의 사회적 지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동성애까지 시사하는 것으로는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제16조 제1항은 남성과 여성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룰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제16조 제2항에서는 남녀가 이루 는 가정을 사회의 ‘자연적이고 근본적인 집 단 단위’로 규정하고, 사회와 국가가 보호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의 주요 내용, 즉 차별금지와 남성과 여성의 결혼 및 가정에 관한 규정은 1966년에 합의되고, 1976년에 발효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포함되어 국제법 규범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유엔에서는 1994년 ‘Toonen v. Australia 사건’(호주의 동성애 처벌법이 국제인권규약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사건)을 계기로 인권이사회를 중심으로 동성애 관련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후 유엔 세계여성회의와 동성애자들이 채택한 족자카르타 원칙 등을 통해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2006년과 2008년에는 이를 지지하는 국가들과 반대하는 국가들이 각각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입장 차가 드러났다. 2010년 이후에는 주로 인권이사회를 중심으로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따른 차별과 폭력 문제를 다루는 결의와 보고서가 채택되고, 독립전문가가 임명되는 등 관련 논의가 확대되었다. 동시에 가정의 보호와 자녀의 권리를 강조하는 결의도 함께 채택되면서 국제사회는 인권 보호와 전통적 가족 가치 사이에서 다양한 논의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동성애를 지지하는 국가들과 반대하는 국 가들 사이의 입장 차는 계속 이어졌다. 현재 까지도 유엔총회 차원의 동성애를 인정한다거나 반대한다는 명시적인 공동의 결의는 채 택되지 않았다.
유엔 내 논의의 네 가지 핵심 쟁점
이처럼 국제사회의 대립이 지속되는 배경에는 치열한 논리적 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유엔 내 논의는 크게 네 가지 쟁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세계인권선언> (<유엔헌장>과 동일한 권위로 인정)은 인간의 평등과 남성과 여 성의 결혼 및 가정을 중심 가치로 삼고 있다.
둘째, 동성애 지지 측은 사형 등 극단적 처벌을 인권 문제로 제기하면서 이를 동성애 인정 문제와 연결하려 하지만, 과도한 형벌에 대한 반대와 LGBT 권리 및 동성결혼 인정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 존재한다.
셋째, 각국의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 전통을 존중하는 것과 보편적 인권 규범을 적용 하는 것 사이의 관계, 즉 국내 문제 불간섭 원칙의 적용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다.
넷째, 유엔총회는 과도한 차별금지 원칙은 중시하지만, LGBT 권리 인정 문제에서는 회원국 간 견해차가 커서 신중한 입장을 유지 하고 있다. 별도의 총회 결의 없이 인권이사회 보고서만 채택한 상태이다. 지속가능개발 목표(SDG)에도 동성애 관련 조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재 동성애 문제는 이를 지지하는 서구권 (미국·유럽·캐나다·호주·뉴질랜드)과 반대하는 아랍권·아프리카·러시아·중국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7년 평창동계올림픽 을 앞두고 한국이 주도했던 ‘올림픽 기간 중 전쟁과 분쟁 중지 결의’ 협상 과정에서도 동성애 성향 선수의 보호와 권리 인정 문제를 둘러싸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당시 필자가 유엔 차석대사로 협상에 참여했는데, 결국 어느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는 표현 대신 중립적이고 모호한 문구로 합의가 이루어 졌다. 따라서 유엔이 동성애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지지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국제기구 내의 이러한 흐름은 기독교계가 마주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성경적 관점과
제4차 로잔대회의 <서울선언>
성경은 구약과 신약을 통해 동성애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제시한다. <창세기>, <레위기>, <로마서>, <고린도전서> 등 여러 본문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는 남성과 여성의 창조와 남성과 여성에 의한 결합에 의한 가정을 그 기초로 제시한다.
<창세기> 1장 27~28절에서 하나님이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하셨다. <창세기> 2장 24절에서는 남자가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룬다고 말한다. 예수님도 <마태복음> 19장 4~6절에서 이 말씀을 인용해서 이를 다시 확인하셨다.
현대의 다원주의, 자유주의, 자유선택 사상, 인본주의, 상대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및 인간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은 이러한 창조 질서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로마서>는 1장은 사람이 이성이 아닌 동성과 부끄러운 일을 행하며 사람이 순리(natural)를 역리(unnatural)로 바꾸었다고 말하며,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하나님의 창조 원리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창조 질서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자연스러움과 행복, 기쁨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동성결혼커플이 자녀를 입양할 경우 성장 과정에서 자신이 정상적인(자연스러운) 보통의 가정과는 다른 가정에 있다고 인식할 경우, 그들이 겪을 혼란이 상당할 것이기에 이 문제는 아동의 인권과 권리 관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4차 로잔대회에서 발표한 <서울선언>은 ‘하나님의 형상과 인간의 섹슈얼리티’ 항목에서 총 15개 조항을 통해 세계 복음주의 진영의 입장을 정리했다. 이 부분은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을 가장 포괄적으로 정확하게 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하나님은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셨으며, 개인이 스스로 젠더를 결정할 수 있다는 개념을 거부한다.
둘째,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배타적 결합이며, 동성결혼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려는 교회 내 모든 시도를 애통하게 여기고, 결혼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조 원리에 기초한다고 선언한다.
셋째, 동성 간 성관계는 죄라는 결론에 이르며, 복음을 통해 회개와 용서를 받고 하나님과의 교제를 회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또한 건강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목회적 돌봄과 제자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SOGI)은 동성애와 관련된 개념이며, ‘양성평등’이나 ‘성평등’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한 남녀 평등 개념으로 동성애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성평등’을 동성애 평등의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또한 세계인권선언 제16조는 남성과 여성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내용은 1976년 발효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도 그대로 포함되었다.
유엔에서는 1994년 이후 동성애 관련 논의가 이어져 왔다. 2006년 동성애자들에 의한 족자카르타 선언 이후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2011년 차별 관행 보고 결의, 2014년 차별 대응 결의, 2016년 독립전문가 임명 등 주로 과도한 처벌 등 차별금지 차원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동성애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는 회원국 간 의견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으며, 유엔총회 차원의 별도 결의는 아직 채택되지 않았다. 아울러 동성애에 대한 사형 등 과도한 처벌 금지와 LGBT의 권리 또는 동성결혼 인정과는 별개의 문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남녀의 결혼에 기초한 가정의 중요성과 아동의 권리를 강조하고, 2014년 유엔총회의 가정 보호 결의를 근거로 동성애 반대의 대응적 서사(Counter-narrative)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서울선언>의 동성애 관련 규정은 포괄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대응 논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 한충희 목사(TIM(두란노국제선교회)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