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신문 - [전문가 기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기고

CONTRIBUTION

칼럼

[전문가 기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2025-02-15      제1528호

공유하기

전문가 기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폴란드 교육자 ‘야누시 코르차크’의 하나님만 붙든 삶
 
1980년에 시작된 나의 ‘초등학교’는 뭔가 잘못했을 때 30cm 긴 자로 손바닥을 맞아서 아픈 곳, 선생님 심부름으로 과학실에 뭘 가지러 갔다가 그것이 어딨는지 못 찾아서 어쩔 줄 몰라 한참 숨어있던 곳이었다. 그래서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색으로 표현하면 아주 짙은 검회색 같았다. 그러다 6학년이 됐을 때 ‘서정희 선생님’을 만나면서 나는 병아리처럼 아주 밝고 예쁜 노란색을 경험하게 됐다. 선생님은 정말 친절하시고, 수학도 정말 쉽게 가르쳐 주셨다. 나는 학교가 끝나고 나면 공부를 어려워하던 친구들을 가르쳐 주거나 선생님의 일을 도와드렸고, 선생님은 그런 나에게 가끔 학교 바로 앞 문방구에서 파는 떡볶이를 사주셨다. 그래서 나는 장래 희망을 정했다. 선생님. 나는 그렇게 한결같은 장래 희망을 품고 교육대학교에 입학했고, 오래 기다려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일이라는 게 보통 경력이 쌓이면 쉬워질 법도 한데,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은 그렇지 않았다. 뉴스에서 학교 현장의 문제들이 보도되지만, 그게 언제 해결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교사가 된 지 9년이 됐을 때 ‘일단 내가 가르치는 교실에서만이라도 잘해 보자’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초등교육’을 전공했다. 그리고 졸업 논문으로 폴란드 교육자인 ‘야누시 코르차크’에 관해 연구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실마리를 찾았다. 
 
유대계 폴란드인 야누시 코르차크
 
야누시 코르차크(Janusz Korczak, 1879~1942, 이하 코르차크)는 유대계 폴란드인 교육자이다. 교육자 이전에 그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법>, <카이투스>등을 집필한 작가이면서 인기 있는 소아과 의사였다. 또 라디오 방송을 하거나 <어린이신문>을 만들어 많은 사람을 위로하기도 했고, 보육원에서 어린이 법정과 어린이 의회를 운영하며 아동 인권 존중을 몸소 실천했다. 코르차크의 아동 인권 존중은 이후 아동 인권 협약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출생 100년이 지난 1979년은 ‘아동의 해’, ‘야누시 코르차크의 해’로 선포되기도 했다. 
30년 동안 200명가량의 고아가 있는 보육원 원장으로 살아간 코르차크의 치열한 삶,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본인은 피할 수 있었음에도 가스처형실로 끌려가는 고아들과 함께 마지막 기차에 오른 그 숭엄한 죽음은 안제이 바이다 감독 영화 <닥터 코르작(KORCZAK)>에서도 볼 수 있다. 
코르차크를 연구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영화 같은 삶을 살 수 있지?’였다. 코르차크는 부유한 어린 시절에도 가난한 길거리의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졌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정신질환으로 돌아가신 이후 학생 시절부터 과외와 글쓰기를 하며 가장 역할을 감당했다. 코르차크는 소아과 의사가 되어서도 가난한 이들의 진료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 먼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삶에 전환점이 된 일은 1911년 유대인 고아들의 보육원 ‘돔 시에로트(Dom Sierot, 고아들의 집)’ 원장 제안을 수락한 것이었다. 이전에도 코르차크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의사가 되고, 글을 썼었다. 아이들을 직접 돌보는 일에 그의 마음이 움직였고, 30년 그의 일생을 아이들을 위해 바쳤다.
코르차크가 운영했던 보육원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일반 가정보다 좋다고 느낄 정도의 물리적, 정서적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아이들의 문제는 교사가 통제하는 게 아니고, 아이들 스스로 만든 규정을 따라 어린이 법정에서 해결되거나 처벌되었다. 코르차크는 매주 토요일 직접 아이들의 체격을 측정하고, 청진기를 대고 진찰했다. 밤이면 아픈 아이를 바로 곁에 재우면서 보살폈다. 
 
그와 함께하신 하나님
 
2차 세계대전 당시, 코르차크와 그가 돌보던 고아들도 유대인들을 가두는 장벽 ‘게토’(ghetto) 안에 갇히게 됐다, 식량이 부족해지자 그는 어깨에 넝마를 두르고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음식과 돈을 구하고 다녔다. 코르차크는 언제나 가난한 아이들, 고아들의 아버지였다. 
코르차크가 한결같이 낮은 자들을 바라보며 지치지 않고 헌신하면서 본인의 표현대로 ‘자신만의 우물을 파는 삶’을 사는 데에는 늘 하나님이 있었고, 기도가 있었다. 코르차크는 매일 자정이 될 때까지 혹은 자정을 넘어서까지도 아이들이 모두 내려다보이는 방에서 외로운 시간을 가졌다. 그는 거기서 기도하거나 글을 쓰기도 하고, 보육원에서 함께 아이들을 돌보던 스테파 부인과 이야기도 나눴을 것이다. 코르차크가 집필한 <홀로 하나님과 함께> 기도집을 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부류의 사람을 품고, 하나님을 부르고, 의지하고, 찬양했는지 알 수 있다. 
“오, 우리 하나님 그리고 주님,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렵니다. 저는 많은 것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많이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당신은 아시지요, 제가 모든 것을 양심적으로 하려 한다는 것을.”
코르차크는 게토 안에서 죽음을 향해가는 시간에도 마치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일기를 써갔다. 만일 코르차크가 하나님에 대한 믿음, 그 단단한 끈이 없었다면 전쟁과 죽음의 그 처절한 삶 속에서 이렇게 한결같이 인내하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없다
 
내가 집중해서 연구했던 코르차크의 교육적 측면을 보면, 그의 말과 교육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보더라도 전혀 낯설지 않다. 지금도 인용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는 귀 기울일만한 내용이다.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로, 참나무는 참나무로, 엉겅퀴는 엉겅퀴로 남아있을 것이다. 내가 그 영혼에 잠재된 것을 깨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부모들은 아이를 키울 때 목표를 갖는다. 이런 성격에, 이런 외모에, 이런 대학과 직업을 갖길 바란다. 하지만 내 아이가 풀인지, 꽃인지, 나무인지, 그 고유함을 잘 파악하는 것,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알아차리는 게 자녀 교육의 시작 아닐까? 아이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은 꼭 사춘기에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부모도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그걸 함께 찾아갈 때, 아이는 자신을 정확히 알게 되고, 그것에 아주 잘 맞는 꿈을 꾸며 노력하게 된다. 
“아이와 사귀고, 아이와 잘 알며, 아이에게 호의적으로 남는 사람 그 사람이 곧 교육자이다.”
나는 코르차크의 이 말을 통해 교사의 자질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은 아이에게 뭔가 가르치려고 할 때 바로 그 내용을 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와의 관계가 세워진 뒤에야 배움이 일어난다. 아이는 ‘저 사람은 믿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한 후부터 잘 배우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이와 천천히 사귀면서 그 너머에 숨어있는 아이의 속마음까지 알게 되면, 아이는 안정감을 느끼고 교사를 신뢰하게 된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 선생님이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함께 하면, 아이는 자기만의 꽃을 피운다. 이렇게 아이와 사귀고 알아가고 함께 하는 것이 부모님과 교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코르차크는 200명가량의 고아와 함께 지내면서 이런 삶을 살았다. 그의 보육원에서 자란 한 소년은 그가 나이가 차서 떠날 때 코르차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집이 아니었다면 나는 세상에는 절대로 훔치지 않는 정직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나는 사람이 진실을 말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나는 세상에 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 나 역시 그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코르차크가 그 치열하고도 전쟁 같은 삶을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이 하나님이었다면, 나의 삶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일까 돌아본다. 나의 어려움도, 부족함도, 아픔도 모두 알고 지금까지 선하게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하나님만 믿고 지치지 않으며 순종하기를 다짐해본다.
/ 최민혜 성도(부천온누리교회, <야누시 코르차크 아이들을 편한 길이 아닌 아름다운 길로 이끌기를> 저자)

 작성자   박지혜 기자 wisdom7@onnuri.org

1,127개 글

리스트보기
검색
게시판 처음으로 가는 버튼 게시판 처음으로 가는 버튼 1 2 3 4 5 6 7 8 9 10 게시판 처음으로 가는 버튼 게시판 처음으로 가는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