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솔로몬 왕이 기브온 산당에서 1천 마리의 짐승을 번제물로 드린 후 꿈에 나타나셔서 이렇게 질문하셨다.
“내게 구하여라. 내가 네게 무엇을 주랴?”(왕상 3:5).
하나님은 왜 솔로몬에게 이 질문을 하셨을까? 솔로몬이 1천 번제를 드린 정성이 갸륵해서였을까? 하나님께 진심과 정성으로 기도하면 좋은 것을 주시겠다는 말씀일까? 그러나 앞뒤 문맥을 읽으면 그런 뜻은 아닌 것 같다.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이 질문을 던진 것은 그를 시험해서 그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드러내려 하신 것 같다. 
하나님의 이 질문이 등장하는 말씀의 배경은 솔로몬의 왕위가 견고해지고, 하나님의 은혜로 심히 창대하게 된 때다(대하 1:1). 당시 최강국인 이집트와 동맹을 맺고, 그의 딸을 왕비로 삼아 주변 국가로부터 조공을 받을 정도였다. 왜 솔로몬은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이집트와 동맹을 맺을 뿐 아니라 이방 여인인 바로의 딸을 왕비로 맞이했을까? 이 심각한 문제 외에도 그가 시작한 거대한 토목공사의 우선순위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궁전, 여호와의 성전, 예루살렘의 성벽을 짓고 있었는데(왕상 3:1), 기록된 순서가 자신의 궁전 건축이 성전 건축보다 우선 되었음을 보여준다. 성전은 7년 걸려 완공하지만, 왕궁 건축에는 13년 걸렸다. 하나님이 바로 그 솔로몬에게 “내게 구하여라. 내가 네게 무엇을 주랴?”라고 질문하신 것이다.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이 질문을 던진 것은 1천 번제의 보상이 아니다. 왕위가 공고해진 솔로몬이 어떤 마음으로 1천 번제를 드렸는지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하나님이 솔로몬을 기뻐하신 것은 그가 1천 번제를 드렸기 때문이 아니다. ‘재판할 때 필요한 분별의 지혜’를 구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그것을 기뻐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에서도 이 질문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하나님은 솔로몬이 자신을 위해 장수나, 재산이나, 원수들의 목숨을 구하지 않았음을 칭찬하셨다. 하나님의 질문이 솔로몬이 자신을 위해 구하는지, 왕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구하는지를 드러내고자 한 질문이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던졌던 질문을 우리에게 하신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모든 것을 주실 수 있는 하나님이 “무엇을 주랴?”고 질문한다면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말씀드릴 것이다. 솔로몬의 간절한 소망은 왕으로서 지혜롭게 재판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왕 역할을 제대로 하고자 하는 중심을 기뻐하셨다. 아마 하나님은 솔로몬이 다른 것을 소망했을지라도 주셨을 것이다. 그러나 기뻐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솔로몬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소명에 합당한 대답을 했기에 그 시대의 풍요가 있었다. 솔로몬이 이방 여인들로 인해 우상숭배에 빠지는 죄를 범하기 전까지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가 계속되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솔로몬이 1천 번제를 드렸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간절한 소망이 자신의 사명을 잘 감당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정성을 다하면 그때 응답해주시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먼저 아시고, 그 필요를 채워주시는 분이다. 우리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를 드러나게 하시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시는 우리의 고백에 복을 더하시는 분이다. 
우리는 솔로몬처럼 완벽하지 않고, 세상적인 것에 마음이 쏠려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하나님이 부여하신 사명이 마음 중심에 있고, 사명을 이루기 위한 간절한 소망이 가득할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우리가 구하지 않은 것도 주실 것이다. 하나님이 오늘 “내게 구하여라. 내가 네게 무엇을 주랴?”고 질문하실 수 있다. 이 질문을 받을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답을 드리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이은일 장로(성동광진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