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신문 - 가정위탁 제도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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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위탁 제도를 아시나요?

 2021-05-15      제13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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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
또 하나의 가족 ‘교회’
 
가정위탁이 생소한 이유 … 잘 몰라서, 헤어지는 슬픔 때문에 
전국의 위탁 아동 11,141명인데 일반가정위탁 고작 8.2% 
 
 
입양에 대해서는 많이 듣고 잘 알고 있는데, 가정위탁 제도는 생소하다. 가정위탁은 부모의 사망이나 학대, 질병 등으로 친가정에서 아동이 자랄 수 없는 경우 다른 가정에서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아동을 보호 및 양육하고, 친가정의 가족 기능을 회복하도록 도와서 이른 시일 안에 아동이 친가정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하는 아동복지 서비스다. 
가정위탁 제도가 생소하고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가정 위탁제도 자체를 잘 몰라서 그렇고, 위탁한 아이를 입양처에 보내고 나서 겪는 상실감과 헤어짐에 대한 슬픔 때문에 가정위탁을 꺼린다.  
 
이현전 권사네와 믿음, 소망, 사랑이
<이현전 권사네 가족이 세번째로 위탁한 '사랑이'와 함께.>

 
이현전 권사(서울성도교회, 61세)는 2001년 3월 31일 처음으로 가정위탁을 했다. 믿음(가명)이라는 남자아이였다.  
“믿음이는 심장에 기형이 있는 5개월 된 남자아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아이 특히 장애나 질병이 있는 아동들은 입양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믿음이를 위탁할 때 ‘이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돌봤습니다.”
이현전 권사는 믿음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위탁하고 7개월 즈음 지났을 때 입양처가 정해졌다. 좋은 부모, 좋은 집으로 가게 된 것이 기쁘고 감사했다. 하지만 그 상실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운 적이 없었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들들이 믿음이를 보내고 정말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그만큼 정을 많이 줬습니다.”
두 번째 아이 소망(가명)이는 믿음이를 입양 보낸 지 두 달이 조금 안 됐을 때 만났다. 
“소망이는 돌 정도 된 남자아이였습니다. 입양기관에서 소망이를 저희 가정에 맡기면서 하는 말이 ‘아이가 너무 어두워서 입양 보내기가 적당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믿음이를 보내고 겪은 큰 상실과 슬픔이 소망이를 키우면서 상쇄됐다. 이현전 권사와 가족들은 소망이도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그 사랑을 말 못하는 어린 아기도 느꼈나 보다. 
“우리 집에 오고 나서 2~3주 정도 되니까 아기 표정이 밝아지더라고요. 표정이 좋아지고, 잘 웃으니까 바로 입양처가 정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소망이를 입양 보내고, 세 번째 아이 사랑(가명)이를 위탁했다. 이번에도 남자아이였다. 사랑이는 생후 50일밖에 안 된 갓난아기였다. 
“보통 입양기관에서 100일이 넘은 아동을 위탁보내는데 사랑이는 생후 50일밖에 안 된 갓난아기였습니다. 알고 보니 입양기관에서 돌보기 힘들 정도로 예민하고 까다로운 경우에는 일찍 위탁을 보내기도 하더라고요. 입양기관에서 사랑이한테만 집중할 수 없으니까 빨리 위탁을 보낸 상황이 이해는 되더라고요.” 
이현전 권사네의 지극정성 보살핌이 사랑이에게도 통했다. 그 예민하던 아이가 몇 주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달라졌다. 밤에도 잘 자고, 웃기도 잘 웃고, 울기도 잘 우는 아이로 변했다. 
“사랑이가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꼭 ‘엄마 엄마’하고 부르는 것 같더라고요. 얼마나 예뻤는지 모릅니다.” 
사랑이는 목사님 가정에 입양되었다. 자식처럼 맡아 키운 아동들을 입양 보낼 때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마음이 헛헛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현전 권사네는 위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믿음, 소망, 사랑이를 위탁하면서 우리 가정이 받은 기쁨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정에 사랑이 넘쳐나게 되었거든요. 두 아들이 사춘기 시절 믿음, 소망, 사랑이를 돌보면서 기쁨과 책임, 사랑을 깨우치더라고요. 질풍노도 시절을 무탈하게 넘긴 것은 덤이고요(웃음). 얼마 전에 사랑이를 만났는데 양부모와 형제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자라는 것을 보고 ‘사랑이처럼 믿음이와 소망이도 사랑을 먹고 잘 크겠구나’ 싶더라고요.”
이현전 권사가 온누리교회 성도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남편과 아내가 있는 가정이라면 누구든지 위탁할 수 있습니다. 위탁은 몇백 배로 사랑을 돌려 받는 기회입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큰 복입니다. 아이들이 변화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우리에게 더 큰 사랑을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탁해서 돌보는 일에 적극 참여해주십시오.”
 
가정위탁 제도의 순기능  
 
가정위탁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대리양육가정위탁(조부모에 의한 양육), 친인척가정위탁(조부모를 제외한 친인척에 의한 양육), 일반가정위탁(혈연관계가 없는 일반인에 의한 양육)이다.
위탁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위탁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합한 수준의 소득이 있는 가정, 둘째, 위탁 아동에 대해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게 양육 및 교육이 가능한 가정, 셋째, 25세 이상으로 위탁 아동과의 나이 차이가 60세 미만, 넷째, 자녀가 없거나 자녀(18세 이상 제외)의 수가 위탁 아동을 포함해서 4명 이내 등이다. 
전국적으로 11,141명의 아동들이 위탁가정에서 지내고 있다(2019년 기준). 대부분 조부모(친가, 외가)와 친인척위탁이다. 대리양육가정위탁 66.7%(7,426명), 친인척가정위탁 25.1%(2,801명), 일반가정위탁 8.2%(914명) 순이다.   
가정위탁은 아동에게 그 의미가 상당하다. 친부모와의 분리로 인한 불안을 최소화하고, 친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료하며, 어른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또한 안정적인 가정 분위기를 제공하고, 가족 간 상호작용을 경험하면서 사회화를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홈(입양위탁가족팀) 오창화 집사는 “많은 사람들이 입양과 가정위탁운동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모든 아이들이 믿음의 가정에서 부모의 기도와 사랑을 받으면서 양육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 정현주 기자 joo@onnuri.org
 
 
<사역 칼럼>
 
또 하나의 가족, 가정위탁
 
미국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가 ‘원숭이 실험’을 했다. 야생에서 태어난 새끼 원숭이를 엄마에게서 분리해서 성장에 필요한 조건들이 충분히 구비된 환경에서 키웠다. 온도도 적당하고, 배고플 때 먹이도 충분히 공급해 주고, 잠자리도 안락한 공간에서 양육했다. 그런데 이 원숭이는 불안이 심하고, 이성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 임신해서 새끼를 낳았는데 엄마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 실험은 성장 과정에서 애착과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엄마 역할은 새끼가 태어나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 엄마의 역할을 경험했을 때 엄마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족의 보살핌이 왜 필요한지를 새삼 느낀다.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충분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와 함께 생활하지 못하는 아동들이 있다. 가정위탁은 바로 그 아동들에게 보살핌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는 지난 한 해 809명의 아동을 위탁가정에 보냈다. 그중에서 약 8%인 63명의 아동만이 일반위탁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위탁아동의 75%가 중학생 이상이고, 20%가 초등학생, 5%가 미취학 아동(43명)이다. 위탁가정에 배치된 아동들은 정부와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같은 민간 사회복지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위탁아동들의 양육을 위해서 민관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위탁아동 양육을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위탁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일상은 많은 일에 대한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아동들의 미래가 달라진다. 아동들은 경험과 지식이 많지 않아서 선택과 결정의 상황에서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동 곁에서 선택과 결정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부모가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누군가 대신해줘야 한다. 그 누군가가 바로 위탁 부모들이다.
모든 아동은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성장해야 한다. 당연한 아동의 권리가 어른들에 의해서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러한 상황에 놓인 아동들은 세상에 원망과 불신을 느끼게 된다. 그 아동들에게 가정과 같은 양육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원망과 불신 대신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만들어 줘야 한다. 영아기 때부터 이러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영유아에게는 애착형성이 매우 중요한 과업이다. 영유아기에 형성된 애착이 한 사람의 생애주기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애착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육자의 일관된 반응이다. 양육자는 일반적으로 엄마이다. 그러나 꼭 엄마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일관된 유대감과 신뢰감을 갖도록 양육하면 애착형성이 가능하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부모의 품을 떠난 아동들이 가족의 사랑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품어주는 위탁가정이 많아져야 한다. 많은 아동들이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당신의 따뜻한 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또 하나의 가족, 가정위탁이다.   
/ 심형래 센터장(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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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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